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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인터뷰

[KJY 만난 사람들] 생명과 환경을 작품에 담다, 설치미술가 이경호 작가

by 콜라보클로버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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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경호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환경'이다. 이 작가에게 환경 문제는 현실이다. 정치인이나 환경론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일상의 문제이자 해결이 시급한 전 인류의 과제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환경 파괴로 신음하고 있음을 그는 일상적으로 자각한다. 환경 문제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우리의 삶과 터전의 문제로 초점을 맞추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경호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치열한 사유의 흔적을 들어봤다

 

 

설치미술가 이경호 작가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하늘에 띄운 비닐봉지가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석유와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는 일회용 비닐봉지는 제작 과정과 사용 이후의 심각한 환경 파괴 문제로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에는 ‘허무 덩어리’로 보였던 날아가는 비닐봉지가 늦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제는 ‘석유 덩어리’로 보인다.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내 작품이 이용됐으면 좋겠다

기후변화는 작품의 중요한 주제다. 한두 해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기후 변화와 관련해 의견을 개진하려면 의석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정치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미디어에서 담론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튜브든 어떤 매체든 다 같이 가야 한다.

특히 미디어는 환경 문제에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적게 쓰기, 비닐봉지 사용하지 않기, 아파트에 태양열 판넬 설치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전기차 사용하기 등이다



작품의 영감과 예술적 사유

아들 찬유를 낳기 전에는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작업했다. 아이를 낳은 뒤로 주변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강금실 전 장관이 지난 2008년 내가 생태적인 문제에 관심 갖고 있을 무렵 연락이 왔다. ‘우주 이야기’ 책을 낸 토마스 베리 강좌가 있는데 동참할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함께 공부를 하게 됐다.

아이를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기후 변화 문제, 생태, 환경에 대해 공부해왔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인데 인간이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그런 주제로 공부하는 거다. 생태대, 지구법, 동물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기후변화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예술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메시지를 전달할 순 있겠지만

 

 

 

광주 비엔날레에서 전시장 한복판에 뻥튀기 기계를 들여 놓아 주목을 받았다

 

 


오래 전에 뻥튀기 기계를 이용해 작품 전시를 했던 게 인상적이다

지난 2004년도에 뻥튀기 작업을 했다. 그때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와 협업을 했다. 작업을 제안하기 위해 밀라노에 찾아가서 프라다에게 뻥튀기 과자에 대해 설명했다. "뻥튀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싼 음식이다. 당신의 비싼 디자인으로 포장을 해 달라”라고 부탁했는데 오케이 해서 뻥튀기를 담을 봉투 디자인을 받았다.

* 당시 이경호 작가는 비엔날레 기간동안 전시장 한복판에 뻥튀기 기계를 들여놓고 실제 뻥튀기가 쉴 새 없이 생산돼도록 하며 프라다가 디자인한 종이백에 뻥튀기를 담아 단돈 천 원에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행했다. 수익금은 전액 광주 지역 시각장애인 단체에 기증했다

뻥튀기 작업을 생각했던 계기는 한겨울에 총신대역 입구에서 뻥튀기를 만들어 팔던 아주머니를 본 순간이었다. 그 장면에 매료됐다. 그 순간에 모든 인생이 다 들어 있었다. 뻥튀기가 기계에서 나오기까지 과정에 그분의 온갖 고민과 삶이 투영돼 있었다. 아주머니에게 기계를 어디서 샀는지 사정사정하면서 물어 구입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선 작품에 손대지 말라고 하는데 그런 관념을 깼다.

만질 수 있고 냄새 맡고 먹을 수 있는 작품이 생긴 거다. 프라다에서 만든 봉투를 천 원에 팔았다. 그 봉투에 뻥튀기를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수익금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했다. 예전에 용접을 하다 화상을 입어 하루 동안 눈을 못 뜬 적이 있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앞을 못 보는 분들의 고충을 알겠더라.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뭔가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고, 지금까지도 항상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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