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중요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지 9년이 지난 지금, 단순한 가입과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자리였죠.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많은 기관이 코드를 도입하는 것 자체에 만족하거나, 형식적인 절차만 따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과연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의 활동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죠.
현재 한국ESG기준원이 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여기에는 이해상충 문제가 있습니다. ESG 평가를 수행하는 기관이 한편으로는 자산운용사의 투자 기업을 평가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관투자자의 활동을 감독한다면 과연 공정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평가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의결권 행사 횟수나 대화 빈도만으로 기관투자자의 활동을 평가하는 기존 방식도 문제입니다. 단순히 숫자가 많다고 해서 질적인 성과가 높다고 볼 수는 없겠죠.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ESG 경영 확대, 경영 투명성 제고 등 구체적인 성과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화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활동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요구로 이어진다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적은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과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는 기업과 협력하면서 경영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가 단기적인 이익을 좇기보다 장기적인 투자 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관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부여할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많은 기관이 코드에 가입했지만,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정도에 따른 세제 혜택, 금융당국 평가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반영,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활동을 고려한 위탁운용사 선정 등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관리감독 강화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성 규범(Soft Law)’, 즉 강제성이 없는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관들이 가입만 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기관투자자들의 이행 점검을 강화하고, 평가 결과를 공시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한국 금융시장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단순히 가입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죠. 이제는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업과 소통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1. 기관투자자 평가 체계 정립
2.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성장 중심의 주주 활동
3.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유도할 인센티브 및 관리감독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이제는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 금융당국, 기관투자자, 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금융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제는 ‘진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https://collabonews.com/news/view.html?section=105&category=181&item=&no=4345
[기자 칼럼] 스튜어드십 코드, 형식에서 실질로 변화할 때
▲이미지 출처=픽사베이지난 2월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세미나’는 한국 금융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을 시사했다. 2016년 도입된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9년째를
collabonews.com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칼럼] 기후변화로 인한 벌의 위기 #콜라보뉴스(CollaboNews) (1) | 2025.02.10 |
---|---|
[기자칼럼] 온라인 자살 사이트, 한국도 안전한가? #콜라보뉴스(CollaboNews) (3) | 2025.02.06 |
[기자리포트]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형 참사와 그 이후의 변화 #콜라보뉴스(CollaboNews) (2) | 2025.01.31 |
[기자리포트] 자연재해와 주택 선택... 미국, 일본, 한국의 이유 #콜라보뉴스(CollaboNews) (1) | 2025.01.20 |
[기자리포트]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화재 원인과 주민 피해 #콜라보뉴스(CollaboNews) (7) | 2025.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