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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 칼럼] 쓰레기 없는 인쇄소의 꿈, 취약계층의 자립을 디자인하다

by chemew26 202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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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뉴스 구태경기자]

▲(사진제공=에코실로암 홈페이지) 에코실로암의 핵심 철학 'Think Eco, No Waste'.

선거철이나 축제 시즌이 지나간 거리, 펄럭이던 현수막들은 다 어디로 갈까? 대부분은 소각장에서 유독가스를 뿜거나, 땅속에서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된다. 우리는 친환경을 외치지만, 정작 우리가 만드는 홍보물은 지구에 지울 수 없는 문신을 새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순 속에서 "Think Eco, No Waste"를 외치는 기업, 에코실로암(ECO SILLOAM)의 존재는 특별하다. 이들은 땅에 묻으면 100%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분해 현수막을 만들고, 나무를 베지 않고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친환경 종이를 사용한다.

▲(사진제공=에코실로암 홈페이지) 에코실로암의 친환경 생분해 현수막.

현대 문명은 영원함을 좇지만, 에코실로암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완벽한 제품이라 정의한다. 남기지 않음으로써 지구를 살리는, 이른바 역설의 미학이다. 필자는 기업이 가진 이 철학을 지역사회 노인과 아동이 함께하는 복지 모델로 확장해 보고자 한다.

인쇄 공정에서 발생하는 친환경 종이 자투리와 에코실로암이 보급하는 탄소 흡수 식물 케나프(Kenaf)를 결합한, ‘그린 멘토링: 순환의 숲’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사진제공=데일리굿뉴스)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탁월해 공기 정화 식물로 불리는 케냐프.

방식은 이렇다. 경로당의 어르신들이 인쇄하고 남은 깨끗한 종이를 물에 불려 만든 친환경 종이 찰흙으로 손수 화분을 빚는다. 그리고 지역 어린이집 아이들과 짝을 이뤄 그 화분에 케나프 씨앗을 심는다. 이 화분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싹이 트면 화분째 화단에 옮겨 심는데, 이때 종이 화분은 흙 속에서 분해되어 거름이 되고 케나프는 숲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강사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생명을 틔우고 돌보는 정서적 멘토가 된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흙을 덮고, 어르신은 물을 주며 생명의 소중함을 나눈다. 식물이 자라는 동안 어르신의 고립감 해소는 물론 아이들과 따뜻한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진다. 쓰레기는 제로가 되고, 세대 간의 유대감은 플러스가 되는 셈이다.

에코실로암이 꿈꾸는 쓰레기 없는 인쇄소는 기업 혼자 완성할 수 없다. 기업은 생분해 소재와 씨앗을 제공하고, 우리는 그 위에 사람의 온기를 더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화분 속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세대 간의 사랑이 싹트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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