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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Y 만난 사람들]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문화'의 힘,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인터뷰 모음집]

by 콜라보클로버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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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중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염원처럼 글로벌 K-문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창극의 위상도 달라졌다. 서양 공연예술의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한다는 것도 이젠 옛말, 한국 고유의 창극이 세계 공연예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유럽 지역에서 오페라와 견줄 수 있는 음악극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로이의 여인들 공연 장면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대표 레퍼토리 ‘트로이의 여인들’은 유럽 지역 유수의 페스티벌로부터 초청을 받아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투어를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다. 이 같은 유럽 무대 공연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국립극장과 국립창극단은 지난 2012년부터 창극의 세계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작품 및 연출가 선정에서부터 해외 주요 축제 및 극장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작업까지 긴 호흡으로 창극의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다.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창극의 세계화

창극이라는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장르가 아니다. 창극이 뭔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국립창극단의 역사가 60년 가까이 되지만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창극은 판소리에서 파생됐지만 판소리를 바탕으로 현대 예술,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동안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등 고전 위주로 극을 했지만 제가 온 뒤로 창극의 대중화를 위해 소재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전 판소리가 서양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해외 거장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창극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관객이 늘어났고, 변강쇠전의 경우는 ‘마담 옹’이라는 창극으로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트로이의 여인들’이 싱가포르에서 해외 페스티벌 미술 감독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유럽 음악의 중심지인 영국부터 네덜란드, 오스트리아까지 유럽 투어가 성사됐다. 우리의 소리가 유럽의 음악‧예술 도시들에 어필하면서 전석 매진, 전석 기립이라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단원들이 늘 극단에서 ‘춘향가’, ‘심청가’와 같은 전통극만 하다가 ‘메디아’, ‘트로이의 여인들’이니 이런 서양의 극을 하게 되니 반발도 컸다. 왜 한국적인 걸 안 하느냐 하는. 하지만 늘 한국적인 것만 갖고는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없으니 소리는 한국적이지만 스토리를 확장해보자 해서 도전한 것이고, 이제 단원들도 유럽 무대에서 창극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고 왔다.


나 역시 앞으로 이보다 더한 실험을 하더라도 단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잘 따라올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또 우리는 국립기관이라는 특성상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것도 있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잘 되면 레퍼토리로 만들고 또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하는 식으로 순환구조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창극의 매력 포인트는


창극은 우리의 큰 재산이자 문화유산인 판소리를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해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판소리가 없었으면 경쟁력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 고유의 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힘이 있다. 우리는 서양의 오페라를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우리의 판소리를 하기 어렵다.


그만큼 판소리는 오페라와는 전혀 다른 발성법과 음악성을 갖고 있고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 그것이 창극의 경쟁력이다.


공연예술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라면


저는 배우로서 살아왔고 언제나 서양 연극보다는 한국적인 소재, 한국적인 몸짓으로 한국적인 연극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래서 만든 게 마당극이란 장르였고 교수가 되어서도 학생들 가르치면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계속했다.


창극의 역사가 100년이고 국립창극단이 60년인데 그런 역사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창극을 만들어야 했을까, 21세기의 창극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끊임없이 던졌다. 그러던 중 예술감독의 길이 주어지면서 그동안 고민해왔던 것들을 실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나가려는 시도에 반발도 컸다.


저는 창극이 바뀌어야 하고 판소리와 구분이 돼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현대적 감각에 소리를 얹으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스토리를 다양화해야지 어떻게 날마다 심청전, 춘향전만 하느냐 하는 생각으로, 초반에 ‘장화 홍련’이라는 스릴러 창극을 통해 변신을 강하게 했다.


배우들도 관객들도 혼란스러워했지만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전에는 관객을 채우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표가 없을 정도로 몰리니까 또 다른 실험 할 수 있게 되고, 유럽 투어까지 하게 됐다.


그동안에는 혼자서 창극을 망친다는 말도 들었지만 이제 창극이 공연예술의 중심으로 가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모셔놓은 전통이 아니라 동시대성을 갖는 그런 공연 장르로 변화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나


소리라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재료를 가지고 현대적으로 버무려서 서양인이 좋아하는 장르가 만들어졌다. 창극이 전통 음악극이라는데 이토록 훌륭한가 하는 평을 많이 들었다. 물론 전통이란 건 많은 사람들보다 소수의 사람들이 알아주기 마련이므로 성과에 비해 크게 홍보가 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이게 첫걸음이었고 다른 큰 예술단체들도 하지 못한 성과를 거두고 왔다고 할 수 있다. ‘트로이 여인들’이란 작품으로 해외에 간 건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에 소리를 입혀야 공감대를 이룰 텐데 우리만 아는 이야기로 하면 공감을 얻기 힘들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창극이 우리 고유의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장르라는 걸 알려야 한다.

 

트로이의 여인들 공연 장면

 

 

한국인만 즐기는 게 아니라 세계인이 즐기는 음악극이라는 걸, 우리의 몸짓과 우리의 소리로 계속 살아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것, 그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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